고혈압을 진단받은 후, 대부분의 환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약물 치료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약물 복용이 곧바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초기 고혈압 환자, 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에게는 약을 대체하거나 병행할 수 있는 영양 기반의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접근법이 바로 DASH 식단이다.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는 단순한 식단이 아닌,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정식으로 포함된 비약물적 1차 치료 전략이다. 미국심장학회(AHA), 유럽심장학회(ESC), 대한고혈압학회(KSH) 등은 모두 생활습관 중재의 1순위로 DASH 식단을 권고한다.
DASH 식단의 핵심은 전해질 균형과 혈관 기능 회복
DASH 식단은 칼륨, 마그네슘, 칼슘이 풍부한 식사를 통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고, 혈관의 평활근 긴장을 줄이며,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기전은 다음과 같다:
- Na⁺/K⁺ 전해질 균형 회복: 나트륨 섭취는 줄이고, 칼륨이 풍부한 식품 섭취를 통해 신장의 나트륨 재흡수를 억제하고 체내 수분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춘다.
-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억제: 나트륨 과잉은 RAAS 시스템을 과활성화해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데, DASH 식단은 이 경로를 안정화시킨다.
- Nitric Oxide 생성 촉진: 질산염 함유 식품과 항산화물질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NO 생성을 도와 혈관 확장을 촉진한다.
- 인슐린 저항성 개선: 고섬유질, 저당, 저지방 식사를 통해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고혈압의 대사성 원인을 줄여준다.
어떤 환자에게 DASH 식단은 약을 대체할 수 있을까?
DASH 식단은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다음과 같은 환자에게는 특히 단독 요법 또는 병행요법으로 권장된다:
- Stage 1 고혈압 (SBP 140–159 또는 DBP 90–99) 환자 중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신장질환이 없는 경우
- 경계혈압(Prehypertension) 환자 (SBP 120–139 또는 DBP 80–89)
- 이뇨제나 칼슘채널차단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
- 복부비만, 고지혈증, 경계 당뇨를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
현장에서 DASH 식단을 어떻게 구성할까?
무작정 싱겁게 먹으라는 조언은 실천되기 어렵다. ‘단계적 교체 전략’이 효과적이다.
| 기존 식단 | DASH 식단 대체 전략 |
|---|---|
| 흰쌀밥 | 현미·귀리 혼합밥 |
| 국·찌개 매 끼니 | 국물은 하루 1회 이하, 건더기 중심 |
| 빵·과자·라떼 | 바나나, 플레인 요거트, 견과류 |
| 햄·소시지·스팸 | 두부, 닭가슴살, 생선 |
| 김치·장아찌 | 깻잎, 나물, 무염 절임 채소 |
실제 임상 데이터로 본 DASH의 효과
DASH-Sodium Trial(NEJM, 2001)에서는 DASH 식단과 저염식을 병행할 경우 수축기 혈압이 최대 11.5mmHg까지 감소했으며, 이는 단일 약제 투여와 유사하거나 초과하는 효과다.
- 고혈압 환자: 평균 수축기 혈압 11.5mmHg 감소
- 경계혈압 환자: 평균 수축기 혈압 7.1mmHg 감소
DASH 식단이 주의가 필요한 환자
DASH 식단이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적용 전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 만성신질환(CKD stage 3 이상): 고칼륨혈증 위험
- 심부전 또는 간질환 환자: 저나트륨혈증 유발 가능
- 약물 병용 시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질 위험
식단도 치료다. DASH는 ‘먹는 처방’이며, 의료진의 판단과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 약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DASH는 전략이다
DASH 식단은 약물 치료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근거 기반의 치료적 식이요법이다. 모든 고혈압 환자가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약 복용을 꺼리거나 약물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개인 상태에 맞는 조정, 꾸준한 실천, 정기적인 혈압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하며, 의학적 판단 없이 무작정 시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DASH 식단은 단순한 건강식이 아닌, 혈압을 조절하고 미래의 건강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